지배문화는 한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집단의 문화가 다른 집단들보다 우세하게 자리 잡은 문화를 말한다.
지배문화는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힘이다. 마치 강한 자석이 주변의 쇠붙이들을 끌어당기듯이, 지배문화는 다른 문화들을 자신의 방향으로 끌어당기기도 한다1).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지배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예를 들어, 어떤 언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할지, 어떤 종교나 가치관을 중요하게 여길지, 어떤 생활방식을 '정상적'이라고 볼지 등이 모두 지배문화에 의해 결정된다.
지배문화의 특징은 자신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을 '보편적인' 문화나 '자연스러운' 문화로 포장한다. 마치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듯이, 사람들은 지배문화 속에서 살면서도 그것이 지배문화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지배문화는 교육, 언론, 법률, 정치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문화들은 '특별한' 문화나 '소수' 문화로 분류되며, 때로는 '열등한' 문화로 취급받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표준어 사용이 대표적인 지배문화의 예시다. 서울 말을 중심으로 한 표준어가 '올바른' 한국어로 여겨지며, 방언은 '표준이 아닌' 언어로 취급된다. 학교에서는 표준어로 수업이 진행되고, 방송에서도 표준어를 사용한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투리를 쓰면 '교양이 없다'거나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표준어는 자연스럽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초기의 언어 형태인 '피진어'에서도 지배문화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피진어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명 이상의 화자가 만날 때 형성되는 새로운 언어이다. 피진어에서 단어 형성은 주로 superstratum language, 즉 지배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가령 파푸아 뉴기니의 'Tok Pisin'에서도 paint는 penim, fish는 pis와 같이 영어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 보인다.
또 다른 예로는 서구 중심의 문화가 있다. 양복을 입고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하는 것이 '국제적'이고 '세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전통 한복을 입고 젓가락으로 식사하는 것은 '전통적'이거나 '민족적'인 것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서구 문화는 보편적인 것으로, 우리 문화는 특수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에서 언급된 동양에 대한 타자화도 지배문화의 힘으로 볼 수 있다.
기업 문화에서도 지배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남성 중심의 직장 문화가 오랫동안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야근이나 회식 문화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